[송년기획-힘들지만 훈훈한 연말] '서바이버쇼' 베키 리씨 "매일 가정폭력과 싸워요"
이 가운데 이웃을 돌아보고 따스한 온정을 보탠 분들이 있다. 이들의 따스한 손길이 바로 희망이고 힘이 됐다. 이들의 이야기를 시리즈로 엮어본다. <편집자> 포부,계획,선의의 말을 내뱉는 건 쉽다. 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지난 2006년 CBS 방송국의 리얼리티 TV쇼 ‘서바이버(Survivor)’에 출연했던 레베카 ’베키’ 리(한국명 이설희) 씨. 작은 키, 동안의 그는 자신이 버릇처럼 말하던 꿈을 차근차근 이뤄나가고 있다. 무인도에서 펼쳐진 39일간의 생존 경기에 참여한 그는 20명 중 마지막 3인으로 남았다. 당시 또 다른 한인 권 율 씨가 최종 우승자가 되면서 상대적으로 언론의 조명을 덜 받았지만 그에게 쏟아진 관심은 엄청났다. 화려했던 쇼가 끝난지 3년여. 그는 현재 워싱턴 DC에 거주하며 가정폭력 피해자와 가족들을 도와주는 비영리재단 ‘베키스 펀드(Becky’s fund)’를 성공적으로 운영중이다. 변호사로 일하다 TV 출연을 위해 직장까지 그만뒀던 그다. “부모님도 처음엔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쇼가 끝난 뒤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어쩌나. TV에 나왔던 변호사라고 신용을 잃지는 않을까 하는 그런거요. 하지만 일생에 두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 생각하고 꽉 잡았어요. 위험없이 성장할 순 없겠죠.” 뉴욕에서 태어난 이 씨는 미시간대에서 여성학을, 피츠버그 법대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당시 한 강연회에 참석했다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깨달았고 이들을 보호하는 변호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지난 12년간 그는 전국 아태계 여성 포럼, 여성법 프로젝트, 전국 가정폭력 방지협회 등 하나같이 여성 권익을 옹호하는 단체를 위해 일해왔다. “TV 출연, 만약에 우승까지 하면 분명 제가 입버릇처럼 말하던 ‘가정폭력 피해 여성을 돕자’는데 대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경험면에서도 서바이버 출연은 많은 도움이 됐어요. 특히 카메라 앞에서 당황하지 않게 된 점, 또 일반인이었을 때보다 언론과 접하는 횟수가 많은 점도 그런 것 중 하나죠.” 물론 우승 상금도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실제로 그는 자신이 받은 우승상금 7만5000달러를 전부 재단 설립에 쏟아부었다. 베키스 펀드는 가정폭력의 심각성과 폐해를 널리 알림으로써 이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을 최우선 목적으로 한다. 설립 3년만에 지역내 다양한 기관, 전문인들과 협력 체제를 구축했다. 이들중엔 의사, 변호사, 심리 상담가, 보건 전문가, 심지어 교통·호텔업 관계자도 있다. 이 씨는 “이민자 여성의 경우 언어 장벽, 문화 차이 등으로 폭력 피해를 당해도 이를 호소할 방법이 없는 점이 늘 마음 아팠다”며 “어떤 사회 계층이든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워크숍, 설명회 등 다양한 이벤트를 열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특히 워싱턴 내셔널스와 ‘가정 폭력 알리기 공원 캠페인’, ‘워크 디스 웨이(Walk This Way)’라는 기금 모금 패션쇼를 개최했다. 이 패션쇼엔 워싱턴 풋볼팀 레드스킨스의 클린턴 포티스 선수가 참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인 2세인 그는 자신의 최고 강점으로 “강한 성격과 고집, 인내심”이라고 말했다. ‘싸워보지 않고는 포기하지 말라’는 부모님의 가르침도 가슴에 새기고 있다. 한인 1.5세, 2세들의 모임인 한미연합회(KAC)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이 씨 같은 변호사로 얼마전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소비자 행정국 부국장에 임명된 권 율씨와는 친한 친구로 지내고 있다. 권 씨는 베키스 펀드 이사로 많은 도움을 준다. “가정 폭력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나이나 인종, 배경, 사회·경제적 지위를 가리지 않죠. 앞으로도 계속해서 폭력 피해 여성과 가족들을 돕고 가정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워싱턴 지역 한인 여성단체와 협력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네요.” ▷웹사이트: www.beckysfund.org 유승림 기자 ysl1120@koreadaily.com